IBM이 1000큐비트급 양자컴퓨터 칩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양자컴퓨터 상용화의 최대 관건으로 꼽히는 오류율을 대폭 줄인 칩 신제품도 함께 선보였다.
IBM은 4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개최한 ‘IBM 퀀텀 서밋’에서 1121개의 큐비트를 가진 양자컴퓨터 칩 ‘콘도르’를 발표했다.
이는 지난해 내놓은 433큐비트급 칩 ‘오스프리’보다 2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큐비트 크기를 절반으로 줄여 밀도를 높였다는 설명이다.
양자컴퓨터는 ‘얽힘’이나 ‘중첩’ 같은 양자 현상을 활용하는 컴퓨터다. 일반 컴퓨터의 비트가 아닌 큐비트 단위로 정보를 저장한다. 비트에는 정보가 0, 1 두 상태로 저장된다면, 큐비트는 0, 1이 중첩된 상태로 저장된다. 한 번에 여러 정보를 중첩해 표현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점이 일반 컴퓨터와 양자컴퓨터를 구별하는 특성이다.
양자컴퓨터의 큐비트 수가 증가할수록 동시에 처리할 수 있는 작업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지난 2019년 구글은 슈퍼컴퓨터가 1만년 걸리는 연산을 단 3분20초만에 처리하는 54큐비트급 양자 프로세서를 선보인 바 있다.
콘도르는 1000큐비트 벽을 넘은 두 번째 칩이다. 앞서 지난 10월 미국 양자컴퓨터 개발 스타트업인 아톰컴퓨팅이 1180개의 큐비트를 사용한 양자컴퓨터를 공개한 바 있다. 한국 정부 역시 2031년까지 9960억원을 투입해 1000큐비트 성능의 양자컴퓨터를 개발한다는 게 목표다.
하지만 1000큐비트를 넘겼다고 곧바로 양자컴퓨터를 상용화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계에서는 대체로 수백만 큐비트 단위까지 성능이 높아져야 실제 산업에서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게다가 양자컴퓨터 연구의 가장 까다로운 난제로 꼽히는 오류율도 잡아야 한다. 양자컴퓨터는 연산 100~1000번마다 1번의 오류를 내는데, 상용화를 위해서는 이를 100만분의 1 이하로 줄여야 한다.
IBM이 이날 오류 개선에 초점을 맞춘 133큐비트급 ‘헤론’을 함께 공개한 것도 이 같은 이유에서다. 콘도르보다 큐비트 숫자가 적기 때문에 성능은 훨씬 낮다. 하지만 헤론은 큐비트의 정보교환 방식을 정교하게 설계해 오류 발생 가능성을 5분의 1로 낮추는 데 성공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IBM은 첫 모듈형 양자컴퓨터인 ‘퀀텀 시스템 투’도 공개했다. 헤론 프로세서 3개와 양자컴퓨터의 필수 환경인 극저온 상태를 구현하는 인프라, 이를 지원하는 전자제어장치를 한데 결합한 장비다. 향후 IBM의 차세대 양자 프로세서를 탑재해 성능을 확장할 예정이다.
IBM은 내년에는 1386큐비트 ‘플라밍고 칩’을 개발하고, 2026년 이후에는 1만큐비트가 넘는 칩도 개발할 계획이다.
김상범 기자
https://www.khan.co.kr/science/science-general/article/202312051359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