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봄 /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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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봄 봄 / 김유정

꼬무룩 댓글수 2 조회수 300 09.18 17:23
화이트배경 다크배경

봄 봄  /  김유정 

  



  가뜩이나 말 한마디 톡톡히 못한다고 바라보는데 매까지 잠자코 맞는 걸 보면 짜 

장 바보로 알 게 아닌가. 또 점순이도 미워하는 이까짓 놈의 장인님하곤 아무것도 

안되니까 막 때려도 좋지만 사정 보아서 수염만 채고(제 원대로 했으니까 이때 점순 

이는 퍽 기뻤겠지) 저기까지 잘 들리도록 '이걸 까셀라부다!'하고 소리를 쳤다. 

  장인님은 더 약이 바짝 올라서 잡은 참 지게막대기로 내 어깨를 그냥 내려갈겼다. 

정신이 다 아찔하다. 다시 고개를 들었을 때 그때엔 나도 온몸에 약이 올랐다. 이녀 

석의 장인님을, 하고 눈에서 불이 퍽 나서 그 아래 밭 있는 넝알로 그대로 떠밀어 

굴려버렸다. 

  "부려만 먹구 왜 성례 안하지유!" 

  나는 이렇게 호령했다. 허지만 장인님이 선뜻 오냐 낼이라두 성례시켜 주마, 했으 

면 나도 성가신 걸 그만두었을지 모른다. 나야 이러면 때린 건 아니니까 나중에 장 

인 쳤다는 누명도 안 들을 터이고 얼마든지 해도 좋다. 

  한번은 장인님이 헐떡헐떡 기어서 올라오더니 내 바짓가랭이를 요렇게 노리고서 

단박 움켜잡고 매달렸다. 악, 소리를 치고 나는 그만 세상이 다 팽그르 도는 것이, 

  "빙장님! 빙장님! 빙장님!" 

  "이자식! 잡아먹어라, 잡아먹어!" 

  "아! 아! 할아버지! 살려줍쇼, 할아버지!"하고 두팔을 허둥지둥 내절 적에는 이마 

에 진땀이 쭉 내솟고 인젠 참으로 죽나보다 했다. 그래두 장인님은 놓질 않더니 내 

가 기어이 땅바닥에 쓰러져서 거진 까무러치게 되니까 놓는다. 더럽다, 더럽다. 이게 

장인님인가? 나는 한참을 못 일어나고 쩔쩔맸다. 그러나 얼굴을 드니(눈엔 참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았다)사지가 부르르 떨리면서 나도 엉금엉금 기어가 장인님의 바짓가 

랭이를 꽉 움키고 잡아나꿨다. 

  내가 머리가 터지도록 매를 얻어맞은 것이 이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가 또한 우리 

장인님이 유달리 착한 곳이다. 

  여느 사람이면 사경을 주어서라도 당장 내어쫓았지, 터진 머리를 볼솜으로 손수 

지져 주고, 호주머니에 희연 한 봉을 넣어 주고 그리고, 

  "올 갈엔 꼭 성례를 시켜 주마. 암만 말구 가서 뒷골의 콩밭이나얼른 갈아라." 

하고 등을 뚜덕여 줄 사람이 누구냐. 나는 장인님이 너무나 고마워서 어느덧 눈물까 

지 났다. 

  점순이를 남기고 인젠 내쫓기려니 하다 뜻밖의 말을 듣고, 

  "빙장님! 인제 다시는 안그러겠어유!" 

  이렇게 맹세를 하며 부랴부랴 지게를 지고 일터로 갔다. 그러나 이때는 그걸 모르 

고 장인님을 원수로만 여겨서 잔뜩 잡아당겼다. 

  "아! 아! 이놈아! 놔라, 놔." 

  장인님은 헷손질을 하며 솔개미에 챈 닭의 소리를 연해 질렀다. 놓긴 왜, 이왕이면 

호되게 혼을 내주리라 생각하고 짖궂이 더 댕겼다. 마는 장인님이 땅에 쓰러져서 눈 

에 눈물이 피잉 도는 것을 알고 좀 겁도 났다. 

  "할아버지! 놔라, 놔, 놔, 놔, 놔라." 

  그래도 안되니까, 

  "애 점순아! 점순아!" 

  이 악장에 안에 있었던 장모님과 점순이가 헐레벌떡하고 단숨에 뛰어 나왔다. 나 

의 생각에 장모님은 제 남편이니까 역성을 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점순이는 내 편 

을 들어서 속으로 고수해 하겠지---. 대체 이게 웬 속인지(지금까지도 난 영문을 

모른다) 아버질 혼내 주기는 제가 내래 놓고 이제 와서는 달겨들며, 

  "에그머니! 이 망할 게 아버지 죽이네!" 

하고, 귀를 뒤로 잡아댕기며 마냥 우는 것이 아니냐. 그만 여기에 기운이 탁 꺾이어 

나는 얼빠진 등신이 되고 말았다. 장모님도 덤벼들어 한쪽 귀마저 뒤로 잡아채면서 

또 우는 것이다. 

  이렇게 꼼짝도 못하게 해놓고 장인님은 지게막대기를 들어서 사뭇 내려조졌다. 그 

러나 나는 구태여 피하려지도 않고 암만해도 그 속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만 멀 

거니 들여다보았다. 

  "이자식! 장인 입에서 할아버지 소리가 나오도록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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